티스토리 뷰
목차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 들었을 때, 콜레스테롤 수치 옆에 빨간 화살표가 찍혀 있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당장 고기를 끊어야 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제대로 알고 보니, 제가 겁냈던 것과 실제로 위험한 것이 꽤 달랐습니다. 콜레스테롤에 대한 흔한 오해와 제가 직접 확인한 사실들을 정리했습니다.

LDL 수치, 무조건 나쁜 게 아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무조건 나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직접 찾아보니 이야기가 좀 달랐습니다.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 모든 세포막의 구성 성분이고, 없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필수 물질입니다. 문제는 콜레스테롤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어떤 운반체에 실려 다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여기서 LDL(저밀도 지단백질, Low-Density Lipoprotein)이란 콜레스테롤을 몸 곳곳에 배달하는 운반체를 의미합니다. 반대로 HDL(고밀도 지단백질, High-Density Lipoprotein)은 혈관 벽 같은 잘못된 곳에 쌓인 콜레스테롤을 회수해 오는 역할을 합니다. 콜레스테롤 분자 자체는 LDL에 있든 HDL에 있든 동일합니다. 어떤 운반체에 실렸느냐가 '나쁘다, 좋다'는 구분의 실제 근거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총콜레스테롤 수치를 보고 겁을 먹었는데, 알고 보니 총콜레스테롤은 HDL과 LDL을 모두 합친 숫자라 단독으로는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실제로 의학적으로 관리 대상이 되는 건 LDL 콜레스테롤이 160mg/dL을 넘는 경우입니다(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중성지방 역시 그날 먹은 지방 음식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한두 번 검사 결과만으로 '나는 지방이 높은 사람'이라고 단정 짓는 건 성급한 판단일 수 있습니다.
- 총콜레스테롤·중성지방 수치만으로 고지혈증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 LDL 콜레스테롤 160mg/dL 초과 시 본격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 HDL은 콜레스테롤을 회수하는 역할로, 수치가 높을수록 유리합니다
- 중성지방은 식사 직후 급격히 변하므로 단기 수치에 과민 반응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타틴 공포, 한국 유튜브가 만든 현상이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스타틴(statin)이란 간에서 탄수화물을 원료로 콜레스테롤을 합성하는 과정을 차단하는 약물입니다. 쉽게 말해, 간에게 "탄수화물을 먹더라도 콜레스테롤을 그만 만들어"라고 명령하는 약입니다. 1970년대 일본에서 처음 개발된 이후, 1990년대부터 수천 건의 임상시험을 통해 심근경색과 뇌졸중 위험을 실질적으로 낮춘다는 사실이 거듭 입증된 약입니다.
그런데 제 주변에서는 스타틴을 먹으면 근육이 녹는다, 간이 망가진다는 이야기가 꽤 퍼져 있었습니다. 이런 반응이 한국에서만 유독 심하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실제로 스타틴의 부작용으로 근육 불편감이나 쥐가 나는 증상이 생길 수 있는 건 사실입니다.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는 효과가 근육 세포에도 일부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는 의사와 상의하며 조율할 수 있는 수준이지, 약 자체를 거부할 이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부작용이 없는 약은 없습니다. 고혈압 약도, 당뇨 약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타틴이 필요한 환자라면 부작용의 위험보다 10년 뒤 동맥경화로 인한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의 위험이 훨씬 큽니다. 제 경험상, 의사와 상담 없이 인터넷 정보만 보고 약을 거부하거나 임의로 중단하는 건 굉장히 위험한 선택이었습니다.
뇌졸중 예방, 생각보다 훨씬 단순했습니다
뇌졸중 하면 갑자기 쓰러지거나, 두통이 심해지거나, 손발이 저린 전조 증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제 경우도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모두 아무런 증상 없이 진행됩니다. 뇌세포가 죽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위험 요인을 알게 되는 경우가 지금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뇌졸중의 종류를 먼저 구분해야 합니다. 뇌경색(cerebral infarction)이란 혈관이 막혀 뇌세포가 괴사하는 것이고, 뇌출혈(cerebral hemorrhage)이란 혈관이 터져 혈액이 뇌 안으로 퍼지면서 세포가 손상되는 것입니다. 이 둘은 겉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원인과 치료 방향이 완전히 다릅니다. 흥미로운 점은, 고지혈증은 뇌경색의 위험 요인이지 뇌출혈과는 거의 관련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뇌출혈에는 고혈압, 과음, 노화가 압도적인 원인입니다.
예방을 위해 제가 실천하기 시작한 건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체중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 두 번째는 1년에 한 번 당화혈색소(HbA1c)와 LDL 콜레스테롤, 그리고 집에서 직접 혈압을 재는 것입니다. 여기서 당화혈색소(HbA1c)란 최근 2~3개월간의 평균 혈당 수준을 반영하는 지표로, 당뇨 진단과 관리에 쓰이는 핵심 수치입니다. 이 세 가지만 꾸준히 확인해도 뇌졸중의 주요 위험 요인 대부분을 조기에 잡을 수 있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혈압은 병원에서 재면 긴장 때문에 수치가 올라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백의고혈압'이라고 하는데, 집에서 편안한 상태로 팔뚝 혈압계로 두 번 측정해 두 번째 수치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130/80mmHg을 넘는다면 한 번쯤 의사와 상담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콜레스테롤과 식단, 제가 잘못 알고 있던 것들
검진 결과를 받은 뒤 저는 한동안 고기를 거의 끊고 채소 위주로 먹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고기를 많이 먹으면 콜레스테롤이 올라간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수치는 생각만큼 떨어지지 않았고, 이유를 찾다가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우리 몸이 사용하는 콜레스테롤 중 식품으로 섭취하는 비중은 약 20%에 불과하고, 나머지 80%는 간에서 탄수화물을 원료로 직접 합성합니다. 즉, 콜레스테롤 수치는 유전적으로 간이 얼마나 합성하느냐에 크게 좌우됩니다. 채식 위주로 바꿔도 수치가 거의 변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오히려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거나 내장 비만을 해소하는 것이 수치 조절에 더 실질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다고 육류를 마음껏 먹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육류에 많은 포화지방산(saturated fatty acid)이란 탄소 이중결합이 없는 지방산으로, 체내에서 염증 반응을 촉진하고 동맥경화(atherosclerosis)를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여기서 동맥경화란 혈관 내벽에 콜레스테롤과 염증 물질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고 딱딱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따라서 포화지방산보다는 식물성 기름이나 등 푸른 생선에 풍부한 불포화지방산 위주로 먹는 편이 혈관 건강에 유리합니다.
제가 결론적으로 바꾼 건 특정 음식을 금지하는 게 아니라 과식하지 않고 단순당과 자극적인 음식의 빈도를 줄이는 것이었습니다. 극단적인 제한보다 균형이 실제로 더 지속 가능하다는 걸, 몇 달을 시행착오 겪은 뒤에야 깨달았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무조건 약을 먹어야 하나요?
A. 일반적으로 약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LDL 콜레스테롤이 160mg/dL을 초과하는 경우에 한해 관리를 시작합니다. 뇌졸중·심근경색 병력이 있거나 동맥경화가 확인된 경우라면 기준이 더 엄격해져 LDL을 70~100mg/dL 이하로 낮춰야 하고, 이때는 스타틴 복용이 필수적입니다. 본인의 상황에 맞는 판단은 반드시 의사와 상담해야 합니다.
Q. 스타틴 부작용이 걱정돼서 먹기 싫은데, 안 먹으면 어떻게 되나요?
A. 스타틴이 필요한 환자가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면 동맥경화 진행 속도가 빨라지고 뇌졸중·심근경색 재발 위험이 크게 높아집니다. 근육 불편감 같은 부작용은 의사와 용량 조절이나 약 종류 변경으로 대부분 해결됩니다. 부작용이 걱정된다면 임의로 끊기보다 담당 의사에게 정확히 증상을 전달하는 것이 훨씬 안전합니다.
Q. 고지혈증이 뇌출혈도 일으키나요?
A. 이건 저도 오해하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고지혈증과 뇌출혈 사이의 연관성은 매우 낮습니다. 뇌출혈의 압도적인 원인은 고혈압, 과음, 노화입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은 분들 중에 오히려 뇌출혈이 많았던 경향도 보고된 바 있는데, 이는 콜레스테롤이 낮아서가 아니라 고혈압 미관리와 음주 같은 다른 위험 요인이 함께 있었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Q. 집에서 혈압 재는 올바른 방법이 궁금합니다
A. 아침에 일어나 10분 정도 편안히 쉰 뒤, 팔뚝형 혈압계를 심장 높이에 맞춰 측정합니다. 첫 번째 수치는 버리고 두 번째 수치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130/80mmHg을 반복적으로 초과한다면 의사와 상담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병원에서 재는 혈압은 긴장으로 높게 나오는 경우가 많아 집에서 측정한 수치가 더 신뢰도 높습니다.
결론
건강검진 결과지 한 장에 겁을 먹고 고기를 끊었던 제가 결국 배운 건 이것입니다. 콜레스테롤은 무조건 나쁜 게 아니고, 수치가 높다고 해서 당장 뭔가 느껴지는 것도 아닙니다. 진짜 위험한 건 아무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혈압도, 혈당도, 콜레스테롤도 측정하지 않고 지내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지금 실천하는 건 단순합니다. 체중을 유지하고, 1년에 한 번 LDL 콜레스테롤과 당화혈색소를 확인하고, 집에서 혈압계로 직접 재는 것. 그리고 결과에 이상이 있을 때는 인터넷 정보가 아닌 의사와 먼저 상담하는 것입니다. 스타틴이 필요하다면 망설임 없이 복용하되,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 미리 겁먹을 이유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