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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상태가 좋을 때 검사한 hs-CRP 수치가 0.1을 넘으면 이미 몸 어딘가에 만성 염증이 진행 중이라는 신호입니다. 저도 한동안 식후 극심한 졸음과 아침 피로감을 그냥 나이 탓으로 돌렸는데, 알고 보니 식습관과 수면 문제가 겹쳐서 만든 결과였습니다. 염증을 없애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왜 생기는지 원인부터 찾는 것이 먼저입니다.

hs-CRP, 이 수치 하나가 만성 염증의 첫 단서입니다
건강검진 항목에는 빠져 있지만, 만성 염증을 확인하는 데 가장 실용적인 지표가 있습니다. 바로 고감도 C-반응성 단백질, 즉 hs-CRP입니다. 여기서 hs-CRP란 간에서 합성되는 단백질로, 몸에 염증이 생기면 수치가 급격히 올라가는 염증 반응의 대리 지표를 의미합니다. 감기만 걸려도 수치가 뛰어오를 정도로 민감합니다.
한국 기준으로 mg/L 단위를 사용하며, 건강한 사람이라면 보통 0.01~0.04 수준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뚜렷한 감염 증상이 없는데도 0.2를 꾸준히 넘는다면, 이는 전 세계적으로 만성 염증을 의심하는 기준치에 해당합니다. 감염 수준인 2.0과는 다른 이야기지만, 0.2 이상이 지속된다면 몸 어딘가에서 조용한 염증이 진행 중이라고 봐야 합니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컨디션이 좋을 때' 이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몸이 아프거나 스트레스가 극심한 날 검사하면 수치가 올라가 있어 기준치로 삼기가 어렵습니다. 비급여 항목이지만 비용이 크게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닙니다. 이 수치를 기준으로 심근경색과 동맥경화 예방 임상 시험들이 성과를 낸 만큼, 무시하기엔 아까운 정보입니다(출처: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만성 염증의 단계를 판단할 때 저는 hs-CRP 외에 두 가지를 더 함께 봅니다. 당화혈색소(HbA1c)와 허리둘레입니다. 당화혈색소란 최근 2~3개월간의 평균 혈당 수준을 반영하는 수치로, 6.0%를 지속적으로 넘으면 대사 이상이 시작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남성 허리둘레 90cm, 여성 85cm 초과는 내장지방 과잉의 기준선입니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기준을 넘으면 생활습관을 점검해야 할 시점입니다.
- hs-CRP 0.2 이상 지속 → 만성 염증 의심 구간
- 당화혈색소(HbA1c) 6.0% 초과 → 대사 이상 진행 신호
- 허리둘레 남성 90cm / 여성 85cm 초과 → 내장지방 과잉
수면이 뇌를 청소한다는 말, 진짜입니다
예전에는 잠을 줄이면서까지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 미덕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며칠 충분히 자고 나서 아침 피로감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걸 경험하고 나서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수면이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뇌가 스스로 청소하는 시간이라는 사실을 체감했기 때문입니다.
이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개념이 글림프틱(Glymphatic) 시스템입니다. 여기서 글림프틱 시스템이란 뇌 안에서 수면 중에만 활성화되는 노폐물 제거 통로로, 깊은 잠(3단계·4단계 수면)에 진입할 때 뇌척수액이 흘러들어와 하루 동안 쌓인 노폐물을 씻어내는 구조를 말합니다. 뇌과학계에서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주목받는 발견 중 하나입니다(출처: Science).
가장 기본적인 피로 물질은 아데노신입니다. 아데노신이란 뇌가 에너지(ATP)를 소비할 때 발생하는 부산물로, 이것이 축적될수록 졸음과 피로감이 강해집니다. 커피의 카페인이 정신을 맑게 만드는 이유는 아데노신을 없애기 때문이 아닙니다. 아데노신 수용체를 일시적으로 막아 피로를 못 느끼게 할 뿐이고, 카페인 효과가 끊기면 피로는 그대로 돌아옵니다. 아데노신을 실제로 제거하는 유일한 방법은 깊은 수면 중에 작동하는 글림프틱 시스템뿐입니다.
치매와의 연결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수면 중 글림프틱 시스템이 아밀로이드 같은 치매 관련 단백질 찌꺼기까지 청소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쌓이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렘수면이 아닌 깊은 잠에서만 작동하기 때문에, 중간에 자주 깨거나 얕은 잠을 자는 패턴으로는 뇌를 충분히 청소하기 어렵습니다. 최소 7시간 반, 끊기지 않는 수면이 기준이 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생활습관을 고치기 전에 '왜'를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저도 한동안 오메가3나 항염 영양제를 챙겨 먹었습니다. 주변에서 좋다는 말을 듣고, 따로 이유를 따지지 않고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그런데 식사량도 그대로, 수면도 그대로, 운동도 없는 상태에서 영양제만 추가한다고 몸이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문제는 영양제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영양제는 제대로 식사하기 어려운 사람, 즉 암 환자, 노인, 만성질환자, 임산부처럼 영양 공급이 부족하거나 빠져나가는 상황에 있는 분들에게 필요한 것입니다. 인생에서 신체적으로 가장 건강한 시기에 있는 20대가 영양제를 가장 많이 챙겨 먹는 상황은 본질적으로 순서가 뒤집혀 있습니다.
만성 염증을 줄이는 데 식습관이 중요한 이유도 원리를 이해하면 실천이 달라집니다. 단순당, 즉 이미 분해된 형태의 포도당과 과당은 위장이 소화할 필요 없이 곧바로 십이지장을 거쳐 혈류로 들어가기 때문에 혈당이 급격히 오릅니다. 반면 통곡물은 위장이 긴 시간 동안 강하게 운동해서 분해하기 때문에 혈당이 천천히 오릅니다. 단순당이 문제가 되는 건 그 성분 자체가 아니라, 너무 빠르게 흡수되고 뇌가 과식 충동을 느끼게 만들어 결국 과잉 에너지 상태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내장지방이 늘어나면 아디포카인이라는 지방세포 유래 호르몬들이 분비됩니다. 여기서 아디포카인이란 지방세포에서 나오는 생리활성 물질의 총칭으로, 이 중 아디포넥틴 하나만 대사를 조절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염증 반응을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허리둘레가 늘어날수록 만성 염증의 배경 수치가 높아지는 구조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제가 생활습관을 바꾸면서 가장 먼저 한 것은 자극적이고 단 음식을 매일 먹는 루틴을 끊는 것이었습니다. 야식을 줄이고, 한 끼를 급하게 많이 먹기보다 천천히 먹으려고 했습니다. 작은 변화였지만, 수면의 질이 올라가면서 아침 피로감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영양제를 추가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체감되는 변화였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hs-CRP 검사는 어디서 받을 수 있나요?
A. 일반 병원이나 내과 외래에서 비급여 항목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건강검진 기본 항목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비용 부담이 크지 않습니다. 몸 상태가 평소처럼 좋은 날, 감기나 스트레스가 없는 시점에 받는 것이 정확한 기준값을 얻는 데 유리합니다.
Q. 수면 시간이 7시간인데 항상 피곤합니다. 원인이 뭔가요?
A. 총 수면 시간도 중요하지만, 중간에 자주 깨지 않는 '연속적인 깊은 수면'이 핵심입니다. 글림프틱 시스템은 수면 3~4단계, 즉 깊은 잠에서만 작동하기 때문에 얕은 잠을 7시간 자는 것과 끊기지 않는 7시간 반은 뇌의 청소 효율에서 차이가 납니다. 늦은 시간의 음식 섭취나 과도한 카페인이 수면 깊이를 방해하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Q. 영양제를 먹으면 만성 염증이 줄어드나요?
A. 영양제는 식사로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는 분들에게 필요한 것입니다. 식습관·수면·체중 같은 근본 원인을 그대로 두고 영양제만 추가하는 것은 효과가 제한적입니다.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면 영양제보다 그 원인을 먼저 찾는 것이 순서입니다.
Q. 허리둘레가 기준치를 넘으면 무조건 내장지방이 많은 건가요?
A. 허리둘레는 내장지방을 직접 측정하는 방법이 아니라 간접 지표입니다. 남성 90cm, 여성 85cm 초과가 내장지방 과잉을 의심하는 기준선으로 쓰이며, 특히 전체적으로 마른 체형인데 배만 나온 경우는 아시아인에게 흔한 마른 비만 패턴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겉보기 체중보다 대사 건강 지표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
만성 염증을 없애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염증은 본래 우리 몸을 보호하는 반응이고, 문제는 그것이 왜 만성적으로 지속되는지에 있습니다. hs-CRP, 당화혈색소, 허리둘레 세 가지를 기준으로 자기 상태를 먼저 파악하고, 수면의 질을 높이고 과식과 단순당 과잉 섭취 같은 원인을 줄이는 것이 현실적인 첫걸음입니다.
제 경험상 이 순서가 맞습니다. 영양제를 먼저 챙기거나 식단을 극단적으로 바꾸기보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고 컨디션이 좋을 때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훨씬 실용적입니다. 모든 것을 한 번에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수면, 식사량, 허리둘레 중 가장 현실적으로 손볼 수 있는 것 하나부터 시작하는 것이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